Art work _ 전시명

2023

Emergence_ 유기적 발현과 생성

 

글 배명지 큐레이터(스페이스씨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가나아트스페이스 3층, 7.23~2.29

 

이머전스(emergence)는 개개 요소들이 유기적이고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창발(創發)적 현상을 말한다. 이머전스는 총체적이고 단일한 선험적 질서를 미리 상정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혼돈을 내재한 창조적 질서를 지향한다. 이머전스는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된 뇌의 신경세포와 복잡하게 뒤얽힌 생태계의 조직망과도 같다. 언뜻 보면 무질서해 보이고 아무런 체계 없이 무한히 증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생성과정 속에서 그물망을 끊임없이 재조직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카오스로 함몰되지 않고 단계 높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 무질서에서 창조적 질서를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카오스모스’, 그것이 바로 이머전스의 실체이다. 이머전스가 최근 철학과 과학, 도시건축과 예술,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구조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변이의 특성을 함축하면서도, 대책 없는 불안정성을 거부하고 원래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변형시키는 명민한 변증법적 상승작용에 있다.

이번 <Emergence_ 유기적 발현과 생성>전에 참여한 한명의 작가와 3명의 건축가는 바로 이러한 이머전스의 내, 외연을 공유한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김태연 회화는 선과 색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고 무한히 뻗어나가 증식하는 생명체의 모습을 닮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회화 표면에서 복잡하면서도 그 내부를 지배하는 어떠한 미묘한 질서를 감지할 수 있는 점에서 이머전스의 시각적 버전이라 불릴 만하다. 세포 분열과 증식의 순간, 하나의 생명체가 변이를 거듭하는 변태(變態)의 순간을 그의 회화에서 유추하게 되는 것도 김태연의 회화와 이머전스를 연계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김태연 회화 표면에서 진동하는 이러한 변형과 생성의 움직임은 일견 유기체적 형상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점진적인 그리기 방식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즉 처음부터 일정한 형태를 상정하고 색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서 시작하여 주위 형태와 색의 관계에 상호 반응하며 그림을 그려 나가는 김태연의 그리기 방식 자체가 어찌보면 유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그의 그리기 방식자체에 몸의 차원이 각인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의 회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생명, 유기성, 변형 등의 키워드는 결정적이다. 김태연은 머리와 눈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이, 신체가, 몸의 지각이 그려가는 방식을 취한다. 의식의 조작보다는 몸의 지각을 최대한 허용하는 그리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고착된 이미지 대신 진행 중인 운동성을 김태연의 회화에서 우선적으로 포착하게 되는 것은 김태연의 회화가 가지는 이러한 ‘신체성’ 때문이다.

세 명의 건축가가 김태연의 회화에서 주목한 지점은 바로 이러한 몸이 그려낸 이머전스의 시각적 흔적들- 인덱스이다. 건축가 이시형은 김태연 회화가 가지는 관계지향적인 그리기 방식에서 도시 건축의 상호관계성을 도출한다. 김태연의 회화에서 한 가지 색과 또 다른 색, 그리고 이 둘과 상관없는 색의 단위들이 국지적인 관계망에 의해 증식해 가듯이 이시형의 가상 도시계획에서 사적공간, 공적공간, 상업공간 등은 연접하면서도 충돌하는 장으로서 기능한다. 이시형이 계획한 도시건축의 유닛들은 김태연의 회화에서 점 선 면의 조형단위들처럼 어떤 꿈틀거리는 유기체와 닮아있다. 직선으로 구획화 된 도시공간 대신 구불거리는 선들로 이루어진 그의 도시건축은 복잡계의 망으로 도시전체를 조망하게 한다.

건축가 고문기는 김태연의 유기적 회화개념을 통해 자연을 닮은 건축이라는 유기적 건축론(organic architecture)을 대안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건축은 자연과 철저하게 동떨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물 ,공기, 바람 혹은 인체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일종의 오가닉 스트럭쳐,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김태연의 회화에서 세포 형태를 가진 이미지는 고문기의 건축에서 철근과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건축적인 생명체 구조물로 전이된다. 딱딱한 도시공간에 자리 잡은 이러한 가상 건축은 몸의 성질을 공유하면서 건축적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호흡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주체가 된다.

건축가 유수정은 이머전스를 내면화한 김태연의 회화에서 무작위적으로 생성된 게토(ghetto)로서의 건축개념을 끌어온다. 여기서 게토는 빈부를 나누는 건축적 분깃점이라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변형되고 확장되는 또 하나의 건축적인 이머전스이다. 브라질의 파벨라와 같이 나와 타자의 공간을 확실히 분리하지 않고 서로를 융합시키고 제 3의 공간으로 변형시키는 게토의 핵심은 창발적인 생성과정이다. 엄격히 계획된 그리드형의 건축에 유기적으로 증식하는 게토형 건축을 대비시킨 유수정의 도면은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이머전스와 카오스모스의 미의식을 공유한다.

김태연의 증식하는 회화를 건축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도시와 건축의 문제는 ‘눈’으로 ‘관망’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체험’하는 신체적 공간이 된다. 몸이 각인하고 기록하는 회화라는 관점에서 김태연의 회화를 바라보면서, 세 명의 건축가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건축은 몸이 반응하고 그것이 육화된 건축, 유기적 발현과 생성으로 진동하는 건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회화와 건축은 결국 몸주체로서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예술적 방식이기도 하다. 배명지_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고문기+박주경과 협업프로젝트]

Biomorphic Urban Morphology 생명체적 도시 형태학

Digital Printing + Acrylic Painting

120 cm x 70 cm

2014

 

 

[고문기-도시계획가]

2010-present 송도랜드마크시티

2009-present 경희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

2004-2008 Design Workshop Inc., Denver, CO

2002-2004 Cornell Universiry, M.L.A.

Biomorphic Urban Morphology 생명체적 도시 형태학

Digital Printing + Acrylic Painting

120 cm x 70 cm

2014

 

[유수정과 협업프로젝트]

symbiosis:공생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14

symbiosis:공생

디지털 프린트,  2014

 

[유수정]

Cornell University, Bachelor of Architecture, Class of 2011

Work  Current Samoo Architects & Engineers_ Seoul, KO

Past  Maxwan Architects and Urbanists _Rotterdam, NL/Massimiliano Fuksas Architetto_Rome, IT

Awards

2013 Helsinki Central Library Competition Honorable Mention “Helsinki Link”

 

[이시형과 협업프로젝트]

Topographic City

디지털 미디어

Topographic City

디지털 미디어 360x180cm

 

[이시형]

2011.11 특선 및 전시, 빛의 향연들 (Theatre of Effects), 금강미술대전, 대전 MBC

2009.02 오픈하우스 전시회, 에니그매틱 시어터, 코넬 대학교

2008.03 입상 및 전시, 퓨처오브디자인 공모전 (Future of Design Competition)

보스톤 AIA 컨벤션 센터, 보스톤 건축사 협회

2006.11 최우수상, 버스정류장 설계 공모전, 세계건축출판사/워크하르트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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