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 Yeun Kim

[미래과학④]"화성에서 온 과학자, 금성에서 온 예술가..소통을 말하다"

지난달 3일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열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융합형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공동워크숍에서 국내 신진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과학이든 예술이든 자신만의 언어로 얘기해서는 소통할 수 없다.”

 

최근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열린 ‘과학문화예술 융합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밤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올해 처음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피’를 주제로 진행됐다.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해보고자 마련됐다. 12월께 전시될 예정으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간의 DNA를 식물과 합성한 작품을 통해 생태계의 순환을 시각화한 팀도 있고,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돔을 식물을연결해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조형물·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팀도 있었다.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서로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소통에 이르는 과정 역시 또하나의 융합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술가들의 언어는 추상적이고, 과학자들의 언어는 지나치게 규정적이고 구체적이라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랩스튜디오의 김태연 작가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바이오 아트’라는 분야를 과학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소통하는 과정이 융합이라 생각했다”며 “예술가와 과학자가 각자 영역이 다를 것 같지만 하나를 보고 달려간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주로 가상 생명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DNA를 추출해 애기장대에 삽입해 새로운 가상의 식물을 만들었다. 애기장대가 자라는 모습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근원에 대해 탐구할 예정이다.

 

김 작가와 작업을 같이한 이호준 서울대 화학과 연구원은 “‘왜 식물은 오래사나’라는 식의 예술가들의 질문이 신선했다. 과학자들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이번 작업은 비과학적 질문이지만 과학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린 블러드(Green Blood)팀의 김선명 TIDE Institute 선임연구원은 예술가들과 3D프린팅을 통해 돔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반구형인 돔과 피 그리고 식물이 맞닿아 있는 지점에 대해 작업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작업을 통해 관객이 누구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예술이나 과학기술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거나 쓰인다. 소통을 위해서다. 그런데 자신만의 언어로 얘기해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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